세인트 빈센트, 괴짜 노인과 순수한 소년의 감동적인 우정 영화. 강력추천!
안 보면 후회할 만한 영화. 세인트 빈센트! 를 소개합니다. 제가 영화를 보기 전에 포스터의 이미지에 매우 연연하는 비루한 인간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해 준 영화기도 합니다. 뭔가 있어 보이고 포스터 이미지가 강렬하면 이끌려서 Play 버튼을 누르게 되고 그렇게 해서 본 영화가 만족스러운 적은 몇 번 되지 않으면서도 전 여전히 반복적으로 그렇게 하고 있었죠. 그래서 넷플릭스가 다양한 포스터 이미지로 시청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나 봅니다. 저도 몰랐는데 제가 그러고 있었더라고요. 세인트 빈센트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감동 코드'에 꽂혀서 보게 됐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울고 웃다가 밤새 여운이 남아서 며칠이 지나도 계속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포스팅하게 됐답니다.
ST.Vincent 2015
감독/각본:데오도르 멜피
주연:빌 머레이(빈센트 역), 나오미 왓츠(다카 역), 멜리사 맥카시(매기 역) 제이든 리버허(올리버 역)
러닝타임:102분
장르:코미디, 드라마
60살 괴팍한 늙은이, 10살 애늙은이의 만남
바람난 남편 때문에 도망치듯 이사하게 된 매기와 올리버는 난관에 봉착한다. 웬 옆집에 괴팍하기 짝이 없는 노인네 빈센트가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술에 취해서 주차하다가 자기 집 울타리를 사정없이 망가뜨리고도 그냥저냥 대충 사는 듯이 보인다. 하필 매기와 올리버의 이삿짐 센터 직원이 빈센트 집의 오래된 나무를 부러뜨리고 그 나무가 빈센트의 차에 떨어지면서 매기와 올리버는 울타리까지 수리해줘야 하게 된다. 이렇게 그들의 만남은 악연으로 시작된다.
올리버는 매우 마르고 작은 체구여서 전학 간 학교에서 아이들의 타깃이 되면서 지갑, 옷, 가방 다 빼앗기고 반바지와 반팔 차림으로 터벅터벅 집에 걸어온다. 아뿔싸. 집 열쇠도 뺏겼네... 집에 들어갈 수가 없다. 결국 괴짜 할아버지한테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빈센트는 말은 거칠고 차갑게 하는 것 같아도 속정이 깊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라는 게 느껴진다. 퇴역군인이면서 경제력이 없어서 꽤나 고달프게 살고 있지만 올리버의 밥을 챙겨주고 키우는 고양이 펠릭스에게는 제대로 된 식사를 챙겨주는 걸 보면 츤데레라는 게 확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상하게 이 순간부터 빌 머레이에게 푹 빠졌다. 연기 스펙트럼이 매우 넓기도 하지만 연기력이 너무 좋아서 더욱 그랬다. 올리버를 케어해주는 대가로 베이비시터를 자청한 빈센트. 바로 옆집이니 나쁠 것 없다 생각한 매기. 그렇게 이웃집 할아버지와의 관계가 시작된다.
올리버의 신세계
60살 베이비시터가 된 빈센트는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산다. 소년 올리버는 그런 그를 순수하게 따른다. 착하디 착한 올리버는 빈센트가 가는 곳마다 따라간다. 그곳이 경마장이어도, 술집이어도? 다소 부적절해 보이지만 크게 불편하게 느껴지진 않아서 괜찮았다. 빈센트는 다카(매기)라는 임신한 매춘부(그녀의 말에 따르면 댄서)와 함께하는데 다카가 일하는 곳에도 올리버를 데리고 갔다.
낡아빠진 차에 선글라스, 두건 하나 장착해주면 나도 히피~올리버는 그런 빈센트와 함께 하는 시간을 즐거워한다. 학교 친구들의 폭력에 쓰러진 걸 보고는 그 녀석들을 혼쭐 내주면서 올리버의 든든한 보디가드도 돼주고 미국 이윤 석인 올리버에게 싸움도 가르쳐준다. 빈센트는 뭔가 다 귀찮은 듯하고 툴툴거리는 느낌이지만 해줄 건 다 해준다. 경마장에서 올리버 7달러 빈센트 3달러를 걸고 잭팟을 터트렸을 때 빈센트가 다 가져갈 줄 알았는데 딱 1/N 해서 올리버의 통장을 개설해서 저축해주는 걸 보고 심쿵. 심쿵 포인트가 좀 이상했나?ㅎㅎ 아무튼 빈센트는 그렇게 속 깊은 면이 있는 남자였던 것이다.
매기는 바람난 남편과 이혼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고 올리버는 아빠가 없는데 그 빈자리를 옆집 할아버지가 채워주고 있었던 것. 올리버에게는 빈센트가 새로운 신세계였을 것이다. 그렇게 올리버는 속 깊은 인생을 알아가기 시작한다.
빈센트의 삶
빈센트에게도 진심으로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 아내는 치매에 걸려서 최고의 시설을 갖춘 호스피스 병동에 맡긴 상태. 중간중간 빈센트가 어떤 빈민가에서 빨래를 해서 들고 나오는데 알고 보니 그 빨래는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8년 동안 해왔던 빨래였다.아내의 빨래는 자신이 직접 하고 싶다는 고집을 8년동안 지켜온 것이다. 호화 병동에 아내를 맡기기 위해서는 자신을 희생할 수밖에 없었을 터. 퇴역군인이 돈이 얼마나 있겠는가. 경마장을 가는 이유는 그것 때문이었던 것이다. 사채를 쓰기도 한 것 같다. 그래서 사채업자가 독촉을 계속해오는 게 보인다.
어느 날엔 사채업자가 독촉을 하기 위해서 빈센트 집에 찾아오는데 빈센트는 그자리에서 뇌출혈로 쓰러진다.비정한 자식들은 빈센트를 그냥 두고 간다.늙은이를 그냥두고 가면 어떡하냐?119라도 불러줘야지.다행스럽게도 올리버가 빈센트집에 왔다가 발견하게 되고 바로 엄마가 일하는 병원으로 입원한다.
진정한 이웃
우리도 어릴 적에는 옆집사람과 매일 만나서 차 마시고 어려운 일 있으면 같이 도와주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옆집 따위는 신경도 안 쓰고 층간소음으로 소송하는 세상이 됐지만 말이다. 그만큼 개인의 공간을 더 중요시하는 세상이 된 거지... 빈센트가 입원하게 된 후부터 이웃들은 진정한 이웃이 뭔지 보여준다. 임신한 매춘부 다카와 올리버, 매기가 서로 교대해가면서 빈센트의 재활을 돕고 챙긴다. 빈센트의 집도 깨끗하게 청소하고 퇴원 후의 새로운 삶을 위해 서로 도와준다. 마치 미국판 응답하라 1998 같았다. 아 임신한 매춘부 다카는 빈센트의 아이를 임신한 게 아니다. 그냥 동반자의 개념에 가깝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다카가 출산할 때 빈센트는 자기가 비용을 부담하고 자신의 집에 태어날 아기를 위한 보금자리를 준비하는 걸 보면서 순간 저 나이에 아기를? 하는 생각을 했는데 아니었다. 자신의 아이가 아니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멜리사 맥카시가 올리버의 엄마로 나오는데 미드에서 종종 보곤 한다. 코미디 장르나 드라마 장르에서 무게감 있는 조연 역할로 나오곤 했는데 그녀의 연기도 항상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주연으로 나오는 걸 보니 괜스레 좋았다. 그녀에게도 뭔가 따뜻함이 흐른다. 데오도르 멜피 감독이 가장 잘한 일은 세인트 빈센트의 출연진 캐스팅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이렇게도 이질 감 없이 찰떡같이 잘 어울리는지. 우리의 10대에 나 홀로 집에의 멕컬리 컬퀸이 있었다면 제이든 리 허버는 요즘 시대의 맥컬리 컬퀸이 아닐까 싶다. 대부분 이렇게 소년과 어른의 우정이 소재가 될 때 소년의 연기가 기대치에 미치지 않아서 아쉬운 게 많았는데 이 친구는 연기를 너~~~ 무 잘한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연기가 되게 하기 위해서는 가장 많은 상대역인 빌 머레이의 연기 내공의 역할이 컸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하튼 이 이상한 조합들은 최고의 이웃이 돼서 마치 한 가족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정말이지 빌 머레이의 툭툭 던지는 대사와 눈짓과 표정은 웃음이 픽픽 새어 나오게도 하고 가슴 뭉클하게도 한다.
그렇게 공을 들이고 마음을 다하던 아내가 하필이면 빈센트가 입원해 있을 때 사망하게 된다. 치매에 걸린 아내가 어느 순간 '빈센트'라고 말했을 때 너무나도 행복해하던 그의 표정에서 그는 아내라는 사람 자체가 자신의'희망'과도 같은 존재라는 걸 알 수 있었는데, 힘들고 곤궁한 삶에도 그가 포기하지 않고 붙잡고 있었던 것은 아내였던 것이다. 그의 공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입원하기 전에 호스피스 병동에서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었던 그녀가 퇴원하고 나니 종이상자 하나의 유골함이 되어서 온 것이다. 사망한 아내의 시신도 보지 못하고 작별인사도 제대로 못했던 그의 슬픔은 어땠을까.. 텅 빈 마음 부여잡고 집으로 돌아왔다.
설상가상으로 매기의 이혼소송에서 올리버가 괴짜 60살 친구와 경마, 술집 등을 드나든 게 문제가 되면서 양육권이 50:50이 되었다. 매기는 이에 격분했고 올리버를 더 이상 옆집 할아버지 베이비시터에게 맡기지 않는다. 그렇게 친구관계가 끝나는가?.. 늙은이 친구 빈센트는 올리버에게 자기처럼 살지 말라고 한다. 자신의 삶을 놓는 단계에 와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세인트 빈센트=성인 빈센트
올리버의 학교에서 과제가 주어졌다. 선생이 말한다."성인은 우리 주변에도 있다. 여러분들의 성인이 누구인지 발표하도록해라"이 과제는 모든 학부모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 학생들이 하나씩 자신들의 성인을 발표하는 시간이다. 올리버는 아빠 없는 빈자리, 일할수밖에 없는 엄마가 없는 시간 동안 옆에 있어주었던 빈센트를 떠올린다. 그리고 조사 시작! 빈센트가 베트남전에 참전했을 때 어떤 사람이었는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는 사람인지 등을 주변 인물을 통해서 조사를 시작하고 자신이 느꼈던 빈센트에 대한 생각들을 고스란히 정리해서 발표과제 준비를 한다.
올리버는 자기가 살면서 가장 많은 사람에게 성인 빈센트를 소개한다.
"성인이란 남들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한 사람입니다. 저희 선생님 말씀이에요. 겉으로 보기에 저의 성인은 자격미달로 보일 수도 있어요. 늘 불만이 많아요. 사람들을 싫어하고 사람들도 마찬가지죠. 까칠하고 세상을 증오하고 후회도 많고요. 주당에 골초예요. 도박하고 욕하고 거짓말하고 속여요. 밤의 여인과 친하고요. 근데 이건 얼핏 봤을 때 얘기고 좀 더 자세히 보면 그 뒤에 다른 사람이 있어요. 성인들은 희생하고, 성은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아저씨는 결점 투성이에요. 하지만 다른 성인들도 그래요. 결국 성인들도 사람이니까요. 아주 인간적인 사람들이죠. 용기, 희생, 동정심, 인간애가 성인의 조건입니다. 제 친구이자 베이비시터인 빈센트 씨를 성인으로 소개합니다."
대사가 더 길지만 다 쓰면 너무 스포일러인 것 같아서 여기까지만 쓴다. 너무 감동적이어서... 올리버가 똑소리 나게 발표하는 저 대사는 구구절절 마음에 와닿는다. 너무 공감이 간다. 그렇다. 우린 어쩌면 주변 사람들을 어떤 한 단면만 보고 판단하고 평가하고 잣대를 들이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도 그랬을지 모른다. 영화 세인트 빈센트는 마음을 완전히 정화시켜주는 따뜻한 휴머니즘 영화다. 나 자신도 다시 돌아보게 되고 '사람'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고 다른 시각을 갖게 해 준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영화 세인트 빈센트 강력 추천한다. 넷플릭스에서 엔딩 크레디트를 끝까지 다 보는 사람은 잘 없을 거다. 이 영화는 엔딩 크레디트가 다 올라가고도 여운이 한참 남고 울컥해서 주말에 애들이랑 또 볼 생각이다. 감독적인 영화, 휴머니즘, 작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코미디를 함께 하고 싶다면 꼭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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