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내견에 대한 차별적 시선들
안내견에 대한 차별적 대우가 이슈가 되는 사건들이 종종 발생하곤 합니다.
12월 21일 오후 5시에 수원 버스에서 일어난 사건을 접한 분들은 다들 아시겠지만 우리 사회에는 이렇게나 안내견에 대해서 무지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버스에 오른 시각장애인분께서 안내견과 함께 승차를 했는데 버스기사가"왜 입마개 안 하냐?"라고 소리를 질렀죠. 기사의 무지함에 시각장애인이 "안내견은 입마개를 하는 개가 아니에요"라고 대답했지만 그 순간 안내견과 시각장애인분의 심리상태는 어땠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운전기사는 소리 지르고 안내견은 자기가 지켜야 할 시각장애인 옆에서 불안해하면서 눈치를 보고..
버스에는 사람들이 계속 타고 내리고 문이 열리고 닫히는 상황의 연속이었을 테고 시각장애인은 목적지까지 얼마나 불편한 마음이었을까... 혹시나 그 상황 자체가 트라우마로 남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2020년 11월29일에 롯데마트에서도 이와 유사한 일이 있었습니다.
롯데마트 잠실점에서 직원이 시각장애인 예비 안내견 훈련을 하고 있는데 직원이 출입을 저지하고 봉사자에게 고함을 치는 등의 행태로 사회적 질타를 받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만큼 장애인 안내견에 대해 무지합니다.
며칠 전 버스에서 안내견에서 입마개 하라고 고함쳤던 사건을 기회로 활용하는 윤석열 후보를 보고 나니 이건 무슨 상황인가 싶더군요.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장애인복지지원본부 출정식에서 '장애우'라는 표현을 쓰면서 장애인들 가슴에 비수를 꼳더니 시각장애인 단원의 차량 탑승을 안내하면서 안내견을 쓰다듬는 무지함을 보였었는데 갑자기 눈을 가린 채 시각장애인 안내견과 함께 걷는 체험을 하면서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이 마음껏 어디든 동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하면서 나중에 안내견의 입양의사까지 밝히더라고요.
안내견이란
특별훈련을 거친 다음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을 인도해서 안전하게 걸을 수 있도록 보행을 도와주는 장애인 보조견입니다. 시각장애인들이 앞을 보지 못하는 상태에서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가 얼마나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중압감이 큰지는 잘 아실 텐데요. 보행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들을 감지해서 보호자를 보호해주는 역할 또한 하고 있습니다.
신호등이나 차량, 자전가, 사람, 장애물 등 시각장애인에게는 모든 것이 위험요소가 되는데 이런 것들에서 시각장애인을 안전하게 이끌어줍니다.
이번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숱하게 발생하고 있는 시각장애인 안내견 거부가 이슈가 되면서 꼭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시각장애인 안내견에 대한 에티켓
쓰다듬거나 소리치거나 만지거나 간식 등 먹을 것을 주는 행위는 삼가야 합니다.
안내견이 시각장애인과 동반해서 이동 중일 때는 매 순간 고도의 집중이 필요한데 이런 행위들이 집중력을 떨어뜨려서 시각장애인에게까지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이들이 꺄악~~~ 하고 소리치는 경우가 있는데요. 부모들이 자제시켜야 합니다.
기가 막힌 게 입으로 '쭈쭈'소리 내면서 안내견을 부르는 몰지각한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부르는 행위도 하면 안 됩니다.
시각장애인 안내견 출입거부 불가
장애인복지법 제40조 3항 <누구든지 보조견 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공공장소, 숙박시설 및 식품접객업소 등 여러 사람이 다니거나 모이는 곳에 출입하려는 때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여서는 안된다.>에 의거해서 장애인 보조견과 장애인의 출입을 거부하면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장애인 안내견은 노란색 옷 위에 하네스를 착용하고 안내견 또는 보조견이라는 표식이 있는 인식표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표식이 되어 있는 시각장애인 안내견은 출입을 금할 수 없습니다.
사진 찍지 말 것
간혹 사진을 찍는 분들이 있는데 사진을 찍을 때는 시각장애인에게 허락을 받고 찍으셔야 합니다.
혹시 위급한 상황이라면, 먼저 양해를 구하고 도움을 주세요
시각장애인이나 안내견이 위급한 상황에 처해서 도움을 줘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반드시 먼저 얘기를 해서 안내견이 놀라지 않도록 한 다음에 도움을 주셔야 합니다.
안내견이 혹시라도 다가온다면 시각장애인 보호자에게 어떤 위급한 일이 생겼을 수도 있습니다.
다른 급한일이 있더라도 관심을 가지고 도움을 주시는 인류애적인 모습을 보여주시면 좋겠습니다.
안내견의 삶
이런 질문하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안내견 정말 대견하고 장애인들이 편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 하는데 식당이나 마트에서 안내견 출입 허용하면 개털 알레르기, 강아지 공포증 있는 사람은 피해를 감수해야 하냐? 밥 먹다가 나가야 되냐? 쇼핑하다 나가야 하냐? 안내견 거부에 과태료가 웬 말이냐? 비장애인들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그래야 하냐? 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식당 사장이 털 알레르기가 있으면 어떡하냐? 식당에 있는 손님이 털 알레르기가 있으면 어떡하냐? 는 등의 질문들을 많이 하더라고요.
알레르기가 매우 심각하면 목이 붓는 정도의 상태가 됩니다. 엄청 심각한 상황이 돼서 호흡곤란이 오는 경우도 아주 간혹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런 상황이 되려면 밀폐된 좁은 공간에서 둘이 같이 붙어서 오랜 시간 있어야 일어나는 일입니다. 보통 알레르기가 있는지 없는지 테스트할 때 빠르면 30분 정도면 반응이 나타나고 보통은 2~6시간 내외에서 반응이 나타나는데요. 해봐야 스쳐가거나 짧은 시간 같이 있게 될 텐데 그 시간이 불편할 수도 있겠으나 죽을 정도까지 이르는 경우는 없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봄에 꽃 알레르기가 있다고 우리나라 모든 나무를 다 뽑을 수는 없듯이 그 정도는 충분히 장애인을 배려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정말 알레르기 때문에 심각한 상황이라면 매너 있게 시각장애인분께 양해를 구하면 트라우마와 상처를 주지 않을 수 있을 겁니다.
이번 사건이 이슈가 돼서 그렇지 사실 실제로 매일 일상에서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이 식당이나 마트 등을 가면 조용히 거절하고 문을 닫아버리기 일쑤입니다. 데리고 들어가면 '이거를 데리고 들어오면 안 되지..'라고 말하거나'강아지는 안돼요'등 그냥 차단당하거나 거절당합니다.
장애인 안내견들은 다른 강아지와 다르게 간식에 대한 욕구, 호기심, 뛰어놀고 싶은 것, 보호자에게 어리광 부리기, 다른 강아지와 놀기 등을 다 참아내고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않고, 무섭다고 도망가지도 못하고, 불편한 상황에서도 피하지 못하고, 다른 누군가 이뻐해 주는 타인의 애정도 받지 못하고 묵묵히 시각장애인의 안전을 위해 자신들의 본능을 억누르는 삶을 살아갑니다.
태어나자마자 사회화 훈련을 통해서 안내견의 삶을 위한 준비를 한 후 안내견 테스트를 보고 합격해서 함께하게 될 동반자가 정해지게 되면 안내견은 일생을 자신의 본능을 억누르고 즐거운 것 맛있는 것 재미있는 것들에서 멀어져 희생하면서 살다가 은퇴하게 됩니다.
일례로 일본의 시각장애인 안내견인 오스카의 일화가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인 주인과 함께 출근한 오스카는 피범벅이 되어 있었습니다. 출근길에서 지하철의 괴한에게 흉기에 허리 부분을 수차례 찔린 거죠. 그럼에도 오스카는 주인이 놀라지 않도록 신음소리도 내지 않고 짖지도 않았습니다.
어릴 때부터 안내견은 주인이 위험한 상황이 아니면 절대 짖지 않도록 훈련을 받습니다.
이런 안내견들은 사람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힘든 일들을 해내고 있는 겁니다.
안내견 거부와 같은 차별적 시선은 시각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적 인식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씁쓸합니다. 안내견에 대해서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많이 알려져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안내견을 더욱 따뜻하게 대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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